<2010-07-01 월간 제721호>
<4-H 강단> 한국4-H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 〈3〉

김 준 기  한국4-H본부 회장

‘한국4에이치활동지원법’의 제1조 (목적)에 한국4-H운동은 ‘청소년의 인격을 도야하고 농심을 배양하며 창조적인 미래세대를 육성한다’고 나와 있다.
우리나라 농민은 물론 일반 사람들도 농심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면 농심이란 무엇인가. 흔히들 농심이란 농사를 짓는 농사꾼의 마음을 말하며, ‘농심은 천심(天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농사꾼의 마음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농사꾼 중에 사람농사를 잘 짓는 사람을 상농(上農) 또는 성농(聖農)이라고 하며 최고의 농사꾼으로 칭송된다. 사람농사도 농심을 바탕으로 제대로 농사를 짓자는 것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사람농사가 바로 농심 교육철학이며, 농심사상이 한국4-H운동의 인간교육사상인 것이다.

한국 농사꾼의 교육철학

그렇다면 전통적으로 농사꾼의 교육철학이 무엇인가를 찾아보자.
첫째, 농사를 지으려면 먼저 벼가 되고 돼지가 되어야 한다.
농사꾼은 작물, 가축과 한 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 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신토불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원래 자연과 사람은 하나라고 하는 신토일체(身土一體), 신토합일(身土合一)이라 함이 옳은 표현이다. 사람농사를 지음에 있어서도 사람농사꾼은 청소년들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작물과 가축은 제가 스스로 자라는 것이지 농사꾼이 키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농사꾼은 단지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정성들여 보살필 뿐이다.
사실 아닌가? 영양분과 물을 스스로 흡수하고 호흡하고 신진대사도 하며 자기 자신이 자라는 것이 작물이고 가축인 것이다. 사람농사도 마찬가지 아닌가. 자식(청소년)은 스스로 성장하고 자라는 것이며, 어른들은 청소년이 스스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주위환경과 여건을 갖춰주어야 한다.
셋째, 벼와 돼지는 주인(농사꾼)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농사꾼은 항상 작물, 가축과 가까이 해야 하며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작물과 가축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슨 문제는 없는지를 항상 관찰하고 발견할 수 있지 않는가. 거기에 맞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제대로 자라도록 돌봐주면 되는 것이다.
넷째, ‘뿌린 대로 거둔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은 농사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진실하게 살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노력한 만큼 대가가 반드시 주어진다는 삶의 이치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씨 뿌릴 때 뿌리고, 거둘 때 거두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일이나 공부 등 매사는 해야 할 때가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공부를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고 일할 때 일해야 한다. 그리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사람농사도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유·청소년기에 사람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여섯째, 씨앗은 자기 몸을 썩혀서 싹을 틔운다. 씨앗이 자기희생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것과 같이 농사일은 자기희생과 헌신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일곱째, 농사꾼은 농사를 잘 지어 풍성한 수확물을 거둬들일 때 보람을 느끼며, 그것을 잘 갈무리를 하고 이웃과 나눠먹어야 한다.
한 해 농사를 얼마나 잘 지었느냐 못 지었느냐 하는 것은 바로 농사꾼의 농심의 척도이다. 그리고 농사꾼이 자기가 지은 농산물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농사꾼의 인심을 나누는 것이다.
그 농사꾼의 마음이 얼마나 갸륵하고 아름다운가. 이것이 바로 농사꾼이 가져야 할 농심이며,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제대로 된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가 아닌가.
여덟째, 우리 농민들은 들이나 산에서 일하다가 음식(세참이나 중식)을 먹을 때 먼저 “고시래!”라고 하며, 밥알 한 숟갈을 들에 뿌린다. 또 들에 내어 간 음식이나, 성묘 때 제물로 쓰고 남은 음식물은 일체 집에 도로 가져 오지 않는다. 지나가는 길손을 불러 함께 나눠 먹기도 하고 그래도 남은 것은 산지사방에 뿌려 야생동물의 먹이감으로 배려를 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농사꾼의 마음, 즉 농심이야 말로 우리 농사꾼이 가져야 하고 지켜야 할 생활 윤리이며 도(道)인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천지인 합일사상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참 인간다운 모습, 즉 홍익인간 사상인 것이다.
한국4-H운동은 4-H회원(청소년)들로 하여금 ‘스스로 사람 되기’하는 운동이며, 4-H운동가(지도자)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농사꾼’이다.
농사꾼이 농심으로 농사를 짓듯 농심사상과 교육철학으로 청소년들에겐 ‘사람 되기 운동’을, 사람농사꾼에겐 ‘사람농사 짓기 운동’을 제대로 짓게 하는 것이 한국4-H운동의 교육철학이어야 하겠다.

한국4-H운동의 교육철학

한국4-H운동은 홍익인간을 기본이념으로 하여, 지·덕·노·체가 일체(四育一體)된 인간을 기르는 사람 농사짓기이다.
4-H운동의 모토중 하나가 ‘좋은 것을 더욱 좋게’이다. 지금의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창조하자는 것이다. 더욱 좋게 새롭게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미래를 향한 무한한 성장과 발전, 창조와 혁신에 대한 욕구이다.
4-H운동을 ‘사람농사 짓기’라는 말로 표현하는 이유는 4-H교육운동의 목표가 인간교육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은 스스로 창의적 학습과 자기 주도적 4-H과제학습활동을 통해서 지혜와 덕성, 능력과 자질, 그리고 체력을 향상시켜 나가게 된다. 창조는 행위가 아니라 결과이다.
과제학습과 4-H생활을 통해 네 가지 덕목(지·덕·노·체)을 함양해 나가는 것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으로 되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4-H운동의 모토인 ‘실천으로 배우자’는 서구 실용주의 교육철학에 기초하고 있는 선행후지(先行後知)하는 실행과 실천중심의 교육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국4-H운동에서 말하는 지행합일주의 교육철학이란 인식과 실천, 지와 행이 생활 속에 하나로 합일되는 ‘실행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행하면서 배우자’는 지행합일 교육철학을 말한다.
참다운 지식(知)은 반드시 실천(行)이 따라야 한다는 뜻으로, 지와 행은 생활 속에 하나되어야 함을 말한다. 그리고 지(知)는 의식활동이며, 행(行)은 생리활동이다. 성질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활동이란 점에서 생활 속에 하나로 결합된다.
지와 행을 이분법적 사고와 논리로 규정하고, 어느 것이 선(先)이고 어느 것이 후(後)라는 별개의 대립적 관계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두 실체를 생활 속에 합일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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