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01 격주간 제635호>
‘안과 밖’ ‘세상과 세상’ 연결하는 두개의 쇳조각 - 경 첩 -
전통의 멋


어린 시절 부엌 옆 광의 공구함에 한 개쯤은 꼭 굴러다니던 경첩.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른 채 그 경첩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한나절 정도는 가지고 놀던 생각이 어느덧 검은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어르신들의 아련함으로 다가 올 것이다. 문을 여닫을 때 없어서는 안 될 쇳조각 두 개. 단절을 만들기도 하지만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기도 하고, 안과 밖의 통로를 만들어 주며 닫혀 있음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한다면 너무 비약되는 것은 아닐까. 육체에서 뼈와 뼈의 원활한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관절. 그 관절의 또 다른 이름을 경첩이라 부른다면 지나침이 있을까.
경첩의 사전적 의미는 돌쩌귀처럼 창문이나 또는 가구의 문짝을 다는 데 쓰이는 철물로, 모양이 같은 두 개의 쇳조각을 맞물려 만든 것이다. 참으로 단순한 원리의 디자인에 비해, 그 쓰임새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경첩으로 인해 온전한 문이 되고, 아름다운 가구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찰나의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단순히 네모 모양을 그것에 미적인 문양을 더한, 근래 고가구란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엔 나비가 날아다니고, 거북이가 자리를 잡아 그 멋스러움과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크기와 모양도 참으로 다양하다. 지금도 쓰이고 있는 것들을 보면, 아직까지 경첩을 대처할 만한 완벽한 것은 없는 모양이다. 둔탁하고 차가운 철이 소박하면서도 멋스런 맛을 내는 쓰임새로 말이다.
이 작은 것에 이제 생명이 불어넣어 졌다. 경첩의 위에서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오르다 이내 자리를 잡고 더 이상 떠날 줄 모르고 구석진 곳에 붙박혀 있다. 부와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는 제 나이를 잊은 채 고가구와 함께 멋스런 연륜을 자랑한다. 경첩은 세월의 때가 묻어 날렵하던 몸짓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어려움을 호소하면, 아주까리기름 몇 방울에 수명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주인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그 존재감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아주 작고 보잘것 없어서거나, 혹은 공기처럼 우리 생활에 절대적이면서도 너무나 익숙해져 잊고 사는 것이 경첩이 아닐 런지.
친환경, 충분히 풍요로움을 선사 하는. 온전한 완성품, 문명을 연결하는 다리. 이런 것들을 문득 알게 하고 다시 보게 한 작은 쇳조각으로 인해 사물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렸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경첩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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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엌 옆 광의 공구함에 한 개쯤은 꼭 굴러다니던 경첩.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른 채 그 경첩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한나절 정도는 가지고 놀던 생각이 어느덧 검은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어르신들의 아련함으로 다가 올 것이다. 문을 여닫을 때 없어서는 안 될 쇳조각 두 개. 단절을 만들기도 하지만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기도 하고, 안과 밖의 통로를 만들어 주며 닫혀 있음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한다면 너무 비약되는 것은 아닐까. 육체에서 뼈와 뼈의 원활한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관절. 그 관절의 또 다른 이름을 경첩이라 부른다면 지나침이 있을까.
경첩의 사전적 의미는 돌쩌귀처럼 창문이나 또는 가구의 문짝을 다는 데 쓰이는 철물로, 모양이 같은 두 개의 쇳조각을 맞물려 만든 것이다. 참으로 단순한 원리의 디자인에 비해, 그 쓰임새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경첩으로 인해 온전한 문이 되고, 아름다운 가구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찰나의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단순히 네모 모양을 그것에 미적인 문양을 더한, 근래 고가구란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엔 나비가 날아다니고, 거북이가 자리를 잡아 그 멋스러움과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크기와 모양도 참으로 다양하다. 지금도 쓰이고 있는 것들을 보면, 아직까지 경첩을 대처할 만한 완벽한 것은 없는 모양이다. 둔탁하고 차가운 철이 소박하면서도 멋스런 맛을 내는 쓰임새로 말이다.
이 작은 것에 이제 생명이 불어넣어 졌다. 경첩의 위에서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오르다 이내 자리를 잡고 더 이상 떠날 줄 모르고 구석진 곳에 붙박혀 있다. 부와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는 제 나이를 잊은 채 고가구와 함께 멋스런 연륜을 자랑한다. 경첩은 세월의 때가 묻어 날렵하던 몸짓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어려움을 호소하면, 아주까리기름 몇 방울에 수명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주인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그 존재감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아주 작고 보잘것 없어서거나, 혹은 공기처럼 우리 생활에 절대적이면서도 너무나 익숙해져 잊고 사는 것이 경첩이 아닐 런지.
친환경, 충분히 풍요로움을 선사 하는. 온전한 완성품, 문명을 연결하는 다리. 이런 것들을 문득 알게 하고 다시 보게 한 작은 쇳조각으로 인해 사물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렸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경첩의 힘이 아닐까?
‘안과 밖’ ‘세상과 세상’ 연결하는 두개의 쇳조각
어린 시절 부엌 옆 광의 공구함에 한 개쯤은 꼭 굴러다니던 경첩.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른 채 그 경첩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한나절 정도는 가지고 놀던 생각이 어느덧 검은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어르신들의 아련함으로 다가 올 것이다. 문을 여닫을 때 없어서는 안 될 쇳조각 두 개. 단절을 만들기도 하지만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기도 하고, 안과 밖의 통로를 만들어 주며 닫혀 있음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연결고리라고 말한다면 너무 비약되는 것은 아닐까. 육체에서 뼈와 뼈의 원활한 움직임을 만들어주는 관절. 그 관절의 또 다른 이름을 경첩이라 부른다면 지나침이 있을까.
경첩의 사전적 의미는 돌쩌귀처럼 창문이나 또는 가구의 문짝을 다는 데 쓰이는 철물로, 모양이 같은 두 개의 쇳조각을 맞물려 만든 것이다. 참으로 단순한 원리의 디자인에 비해, 그 쓰임새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경첩으로 인해 온전한 문이 되고, 아름다운 가구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기에 우리는 다시 한 번 찰나의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단순히 네모 모양을 그것에 미적인 문양을 더한, 근래 고가구란 이름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엔 나비가 날아다니고, 거북이가 자리를 잡아 그 멋스러움과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크기와 모양도 참으로 다양하다. 지금도 쓰이고 있는 것들을 보면, 아직까지 경첩을 대처할 만한 완벽한 것은 없는 모양이다. 둔탁하고 차가운 철이 소박하면서도 멋스런 맛을 내는 쓰임새로 말이다.
이 작은 것에 이제 생명이 불어넣어 졌다. 경첩의 위에서 팔랑팔랑 나비가 날아오르다 이내 자리를 잡고 더 이상 떠날 줄 모르고 구석진 곳에 붙박혀 있다. 부와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는 제 나이를 잊은 채 고가구와 함께 멋스런 연륜을 자랑한다. 경첩은 세월의 때가 묻어 날렵하던 몸짓에서 끼익 소리를 내며 어려움을 호소하면, 아주까리기름 몇 방울에 수명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며 주인을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속에서 그 존재감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 아주 작고 보잘것 없어서거나, 혹은 공기처럼 우리 생활에 절대적이면서도 너무나 익숙해져 잊고 사는 것이 경첩이 아닐 런지.
친환경, 충분히 풍요로움을 선사 하는. 온전한 완성품, 문명을 연결하는 다리. 이런 것들을 문득 알게 하고 다시 보게 한 작은 쇳조각으로 인해 사물을 보는 눈이 새롭게 열렸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경첩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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