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5 격주간 제899호>
[이 한 권의 책]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한 사회와 시대를 주인공 삼아 보여주는 양쪽 대립 세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단행본으로 묶인 연작소설 전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그 중 한 단편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가리키기도 한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를 했는데 한 아이의 얼굴은 까매졌고 다른 아이의 얼굴은 깨끗하다면 누가 얼굴을 씻을 것인가라는 유명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에필로그]까지, 1975~78년에 발표된 총 12편의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 노동자인 난쟁이의 가족이 강제 철거를 당한 끝에 난쟁이 아버지가 추락사하고 그의 아이들이 공장 노동자가 되어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중산층 신애와 지식인 지섭, 그 밖에 자본가 가족 등 많은 인물과 사건을 등장시키고 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연작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국한해 말한다면, 도시 빈민인 난쟁이가 강제 철거로 인해 자살로 내몰렸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난쟁이의 자살은 단순히 강제 철거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구조 전반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며, 이를 제대로 서술하기 위해서는 난쟁이의 자식들의 이야기, 약자 편에 서 있는 지섭과 같은 지식인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자본가 및 상류층의 이야기를 함께 읽는 것이 필요하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급격한 산업화는 사회문화적으로 도시의 확대와 대중문화의 확산 등을 가능케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전반의 빈부격차와 도시와 농촌 간의 경제 불균형이 점점 심해져 노동자와 농민의 반발이 거세졌고 또한 도시의 무분별한 확대와 공해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하게 되었다. 1970년 전태일의 분신과 1971년 광주대단지 사건 등을 통해 시작된 민중의 저항은 그때까지 민주화와 사회정의를 요구하던 지식인들이 민중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만들었고, 그 이후로 민주화와 함께 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운동이 동시에 전개되기에 이른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연작은 이러한 19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한 것이었다.
■ 저자 조세희는…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출생했으며,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葬船)]으로 등단했으나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1975년 [칼날]을 발표하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1976년에 [뫼비우스의 띠], [우주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1977년에 [육교 위에서], [궤도 회전], [기계 도시],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를, 1978년에 [에필로그], [클라인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으로 이어지는 연작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조세희 지음 / 이성과 힘 펴냄 / 11,000원〉
김상원 기자 sangwonds@4-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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