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1 격주간 제894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경(敬)이란 무엇인가
“마음을 오로지 하나로 집중하라”
惟心惟一(유심유일)
- 「경재잠(敬齋箴)」 중에서


유교의 경전을 살피다보면 ‘경(敬)’이라는 글자를 자주 만나게 된다. 우리는 흔히 ‘인(仁)’과 ‘의(義)’를 머리에 떠올리지만 불교(佛敎)가 강력한 파급력을 앞세워 중국의 민심을 사로잡기 시작한 이후 유교의 중흥을 내세우며 나타난 송나라 학자들의 책에는 ‘경(敬)’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경(敬)’은 무엇인가.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공경할 경’이라는 설명 뒤에 ‘1. 공경(恭敬) 2. 예(禮), 감사(感謝)하는 예(禮) 3. 공경(恭敬)하다’는 뜻풀이가 이어진다. 여기까지만 보면 ‘예절에 맞게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존경의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경로사상(敬老思想)도 떠오른다. 그러나 이런 이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앞서 한자사전에 나오는 네 번째 뜻풀이, ‘4. 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마음을)절제(節制)하다’가 오히려 정확하다.
송나라의 학자 주희가 쓴 좥경재잠(敬齋箴)좦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좥경재잠(敬齋箴)좦이란 ‘경(敬)으로 스스로를 가지런하게 다듬기 위해 경계해야할 일’을 적어둔 것이다.
“옷매무새를 바르고 단정하게 하고 시선을 공손하게 만들어야 마음이 조용히 안정된다. 마음을 조용히 안정시킨 후에 마치 하늘을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하라. 손발을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항상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행동하라. 걸음을 걸을 때에도 함부로 걷지 말고, 만약 앞에 지저분한 곳이 있으면 피하여 돌아가라.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마치 귀중한 손님을 대하는 것처럼 예의를 지키며 공손하게 하고, 일을 할 때에는 마치 중요한 제사를 모시는 것처럼 신중하고 정성스럽게 하라. (중략) 두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두 갈래로 내지 말고, 세 가지 일이라고 마음을 세 갈래로 내지 말라(弗貳以二 弗參以三). 마음을 오로지 하나로 집중하여 여러 가지 변화를 살피며 적절히 대응하라(惟心惟一 萬變是監).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경(敬)을 유지하며 경(敬)을 지키는 길이다. 움직일 때는 적절히 움직이고, 안정을 찾아야 할 때에는 적절히 멈추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항상 조화롭게 되어야 하며 몸과 마음이 따로 놀게 해서는 안 된다. 속과 겉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키워드는 무엇인가. 단정, 겸손, 조심, 정성, 조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돈 많은 사람을 만나든 가난한 사람을 만나든 내가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 모두 겸손하게 해야 한다. 중요한 일이든 일상적인 일이든 내가 일에 임하는 태도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 모두 정성스럽게 해야 한다. 그러는 중에서도 모든 것을 극단으로 몰아가지 말고 조화롭게 해야 한다.
좥경재잠(敬齋箴)좦을 만든 주희는 경(敬)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더했는데 ‘정제엄숙(整齊嚴肅, 단정하면서도 엄숙하게)’, ‘주일무적(主一無適, 오로지 하나에 집중)’, ‘상성성(常惺惺, 항상 별처럼 초롱초롱하게)’ 등이 그것이다.
송나라의 학자 정호(程顥)는 《주역(周易)》에 나오는 ‘경이직내 의이방외(敬以直內 義以方外, 경으로 마음을 곧게 하면 밖으로 의가 실현된다)’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붙였다.
“안으로 항상 조용히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깊이 생각하면(敬) 마음이 곧고 바르게 되고, 이것을 올바르고 의롭게(義)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렇게 경(敬)과 의(義)가 확립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모범으로 삼고 따르게 되어 외롭지 않다.”
새해에는 ‘경(敬)’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보자.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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