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5 격주간 제885호>
[이 한 권의 책] 나비

참 삶의 의미를 찾아서

임 영 택 교장  음성 소이초등학교

『나비』
“아, 아! 마을 어린이들에게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마을 앞길 대청소 날입이다. 애향반원들께서는 빗자루를 들고 회관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1970년대 흔하게 마주할 수 있었던 휴일의 풍경이다.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온 마을을 쩌렁쩌렁 울리도록 아침청소 방송을 했다.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온 마을 아이들이 회관 앞마당에 모여 마을 골목 구석구석 역할을 맡아 청소를 했다. 산에서 나무를 캐다가 마을 앞 공터에 심기도 했고, 해바라기며 코스모스를 마을 앞길에 심어 가꾸기도 했다. 그땐 그랬다.
공부며 놀이를 여럿이 어울려 하기보다는 혼자서 하는 문화가 더 익숙하게 된 세상,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1960~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일 게다. 이장 집에 한 대밖에 없는 흑백텔레비전 앞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김일 선수의 레슬링을 보며 열광했고, 연신 흐르는 콧물을 닦아내느라 옷소매는 반질반질했으며, 아이들의 빈 도시락은 까맣게 익은 오디로 가득 채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가방 속에는 책보다는 칡뿌리며 산딸기, 또 딱지와 구슬로 가득 채우던 시절이 있었다. 먹을 것이 변변하지 않았기에 술지게미와 고구마 말랭이도 소중한 식량이었다.
누구에게나 과거 없는 현재가 없고, 현재 없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저자 안도현은 이 책에서 작가만의 문학적 감성을 드러내며 어른들이 ‘바보’라고 불렀던 알리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어른을 위한 동화’로 쓰인 성장 소설로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이 짙게 묻어나오는 작품이다.
“그런데 알리는 만사태평이었다. 학교에서 내준 숙제는 안하는 날이 더 많았고, 내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 긴장 속에서 보내는 수업시간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했다. 오줌을 누다가 발견한 나비를 따라 나선 아이, 수업을 고스란히 빼먹고도 당당한 아이가 알리였다. 나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낌 없이 척척 해내는 알리가 좋았다.”(58p)
작가는 알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가슴 찡하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마트한 세상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는 어른들이 살아온 어린 시절이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원히 나비가 되고자 했던 ‘바보’ 알리의 삶을 통해서 어떤 삶이 진정 순수하고 올곧은 삶이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서 새겨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리라. 배고픔에 울어야 했던 시절, 국수공장 아들 왕하사를 통해 보여주는 전쟁의 아픔, 이념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고 억압받던 삶 속에서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순수한 마음을 켜켜이 채워가는 삶이 진정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사회가 문명화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각박해졌다. 이렇게 각박해진 현대인들에게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인 작가 안도현의 ‘나비’를 추천하고 싶다. 어린 시절 나비가 되기를 꿈꾸었던 ‘바보’ 알리가 어른이 되어 인간의 참다운 권리를 위해 싸우다 영원히 나비가 되어가는 감동적인 한 편의 영화 같은 이 책을 통해 참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길 바란다.〈안도현 지음 / 리즈앤북 펴냄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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