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5 격주간 제877호>
[지도자 탐방] 경제사업으로 방향 전환 … 농민과 농협이 상생하는 길
최 기 환 조합장 (당진 신평농업협동조합)

최기환 조합장은 경제사업 중심으로 조합운영 방식을 과감히 전환해 농민과 농협의 상생모델을 구축했다.

“저금리 시대가 계속되면서 농업협동조합을 신용·금융사업으로 현상 유지하는 운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것만이 농가소득을 높이고 농협조합이 제 역할을 하는 길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충남 당진에서 만난 최기환 신평농협조합장(54)은 2015년 조합장으로 선출되자마자 조합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사업의 틀을 과감하게 바꿨다. 예대 마진이 떨어지고 수익 구조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조합원과 농협이 상생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영농규모가 작은 소농들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로가 마땅치 않아 제값도 못 받고 일반 상회에 내다 파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조합에서는 중소농들이 생산한 쌀, 감자, 고구마, 콩, 깨 등 지역 농산물을 시중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매입해 판로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150개 농가에서 재배한 쌀이 연간 1만3,000톤에 달하는데, 이를 조합에서 전량 수매하기도 했다.
최 조합장의 성과가 돋보이는 부분은 당진의 명물인 고품질 ‘해나루쌀’이 전국 110여개 롯데마트 매장에 납품될 수 있도록 유통망을 확대한 점이다. 지난해 5월 당진시와 신평농협, 롯데마트는 해나루쌀을 비롯한 고품질 당진쌀 소비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전국 최대 쌀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당진지역 농업인들이 쌀 소비 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에 속한 150여개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을 대상으로 실시한 품질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수상하는 등 고품질 쌀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이상길 충청남도4-H본부 사무처장은 “대형매장에 타 지역 쌀을 납품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데, 이를 극복하고 판로를 개척한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 내 1,500㎡ 부지에 2층 규모의 신평농협 로컬푸드 행복장터를 개장했다. 지역민이 생산한 1,400종의 농·특산물과 가공품 등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이 직거래 판매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탓에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행담도 행복장터는 단위 농협의 로컬푸드 매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당진시의 농특산품을 전국의 소비자에게 알리고 1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지역농협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겠습니다.”
참깨, 들깨, 콩 등 1차 농산물 원료를 가공해 참기름, 들기름, 두부 등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당진 관내 학교 급식으로 납품도 추진하며 학생들의 건강한 식생활 개선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고령화와 농가인구 감소 등으로 농업·농촌의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경제사업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그 수익을 통해 농업협동조합이 건실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틀을 준비하고 기둥을 세우는 시간이라면, 내년부터는 성과물을 점차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촌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4-H를 접하게 됐다는 최기환 조합장. 당시만 해도 마을마다 4-H회가 조직되어 있었는데, 당진에는 ‘대흥4-H’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단다.
최 조합장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과수원 막사를 빌려 동네 친구들과 과제기록장을 쓰고, 마을 꽃길을 조성하던 이야기를 꺼내며 향수에 젖은 과거를 돌이켰다. 면 단위 총무, 회장을 거쳐 1987년 당진군4-H연합회장, 1988년 충청남도4-H연합회장을 지내면서 지·덕·노·체 4-H이념을 가슴 속에 새기고 리더십을 키웠다.

김응문 전 충남도농업기술원 과장(중앙)과 이상길 충남4-H본부 사무처장(우측).

청년기 4-H활동으로 쌓은 경험은 당진시의회 의원, 신평 라이온스클럽 회장, 신평면농업경영인 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일꾼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그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도야영교육 봉화식 때 심대평 당시 충남도지사를 목마 태우며 흥겨웠던 옛 추억을 소개했다. 심 지사의 물심양면 지원으로 도후원회 기금 10억원을 조성하는 등 충남4-H가 활성화되는데 큰 관심을 갖고 격려해준 것에 그는 아직까지 감사한 마음을 묻어두고 있었다. 또, 당시 충남도농업기술원 김응문 과장의 지도를 받으면서 청년 시절 4-H활동을 보람되게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당진시4-H본부 회장을 맡아 후배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최기환 조합장은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당부의 말을 남겼다.
“4-H는 제 인생의 전부와 다름없습니다. 회의법을 익히고, 동지를 사귀고,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4-H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후배들도 지·덕·노·체 4-H이념을 제대로 인식하고 생활한다면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와 있을 겁니다.”  〈정동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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