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1 격주간 제876호>
[지도교사 이야기] 4-H회와 함께 걸어온 길

김 수 기 (안양부흥초등학교 교감)

내가 처음 4-H를 접한 것은 먼 옛날 시골 마을에서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우리 마을 금산4-H구락부 모임에서 토끼를 키워 돼지를 사고 돼지를 키워 소를 사서 기르면 부자가 된다는 말을 듣고 월랑산에서 고사리 꺾어 판 돈 120원을 가지고 토기 한 쌍을 영광읍 5일장 날 직접 사가지고 와 기르게 되었다.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기른 덕분인지 어느덧 토끼는 50여 마리에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새끼 돼지를 사게 되었고 점점 자라는 돼지를 보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전남 영광군 농촌지도소에서 개최하는 과제발표대회에 나가기도 하였는데 나는 주로 웅변을 하여 상을 받은 기억이 새롭다. 그러다가 교육대학을 가게 되었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길을 걷게 되자 4-H회 하고는 결별하고 말았다. 그런 뒤로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경기도 화성시 봉담초등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었다. 아니, 그런데 이럴 수가! 이 학교에서 4-H회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반갑고 기뻤는지…. 학생들과 함께 국화 재배, 학교주변 청소, 텃밭 가꾸기, 우리고장 탐사 등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화성이 우리나라 4-H운동의 최초 발상지라는 이야기를 듣고 퇴근하면서 직접 확인하였더니 농업기술센터 옆에 정말 멋있는 기념탑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4-H회 발상지에서 아이들을 지도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활동하였다.
이후 다른 학교로 전근가게 되었는데, 거기엔 4-H회가 조직되어 있지 않았다. 교장선생님과 열심히 한 번 해 보겠다는 약속을 하고 4~6학년 40여명으로 4-H회를 조직하였다. 화성시에서 특별 지원받아 농악에 관계된 꽹과리와 북, 장구, 징, 의상, 소품 등을 구입하고, 화성시 고유의 가락을 지도하기 시작하였다. 1년 후 화성시 농악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는가 하면 각종 공연에 우리 갈담초등학교4-H회가 초청되어 공연을 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꿈같은 4년의 시간이 흘러 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었다. 거기에서는 주로 국화재배와 벼 재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학부모와 함께 하는 역사문화탐방을 주로 하였다. 벼화분재배 콘테스트에서 활초초등학교가 좋은 성적을 거두어 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한 세계4-H대회에서 큰 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이렇게 12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경기도 의왕시로 전근을 하게 되었다. 이곳은 사방이 아파트 숲으로 둘러 싸여 흙이라곤 운동장과 교사 옆 화단 그리고 급식실 2층 옥상에 조성한 100여평의 텃밭이 전부였다. 4~6학년 20명으로 4-H회를 조직하였다. 옥상 텃밭에 방울토마토 등을 재배했는데, 4-H회원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11월엔 아이들이 직접 가꾼 배추로 김장김치를 담가 독거노인 댁에 보내드리고, 남은 것은 가족들과 함께 먹도록 하여 결실의 보람을 맛보게 하였다. 이렇게 또 3년의 시간이 흐르자 2018년 3월 1일자 교감으로 승진하여 안양부흥초등학교에 근무하게 되었다. 4-H활동을 한 대가로 승진의 영예를 얻게 된 것이다.
세계로 미래로 큰 꿈을 키워가는 안양부흥초등학교 이곳에서 4-H회를 조직하려고 한다. 마지막 교직의 보람을 이곳 안양부흥초등학교4-H회에서 맛보려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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