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5 격주간 제873호>
[영농현장] 육계 사랑에 푹 빠진 강원도 산골 4-H 청년농부
안 경 주 회원 (강원도4-H연합회장)

겨울바람을 밀어내고 봄기운이 새록새록 일어서던 3월의 어느 날. 말없이 남과 북을 가르고 있는 철책선을 눈앞 가까이 두고 철원 산골에도 봄은 조용히 찾아오고 있었다.
올해 강원도4-H연합회장을 맡아 강원도를 청년농업 1번지로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는 안경주 회원(30·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여우냇길)을 만났다.
“닭은 온도에 매우 민감한 동물입니다. 사람 체온이 36.5℃를 유지해야 하듯이 닭은 40℃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거든요. 축사가 너무 더우면 고열로 죽을 수 있고, 또 너무 추우면 움직이지도 않고 먹이마저 먹지 않기 때문에 굶어서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적정한 온도를 유지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합니다.”
안 회장이 키우는 육계는 자그마치 12만 마리다. 1만3000㎡ 부지에 지어놓은 하우스가 11동 있는데, 1동에 1만 마리 정도가 자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나 많은 닭을 어떻게 키우냐고 묻자, 예전에 비하면 요즘은 자동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많은 일손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물 주고, 사료 주고 하는 작업 대부분이 자동화 되어 닭의 생육조건에 알맞게 조절된다. 안 회장이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낙원농장’.
12만 마리 되는 육계는 두 달 간격으로 입식과 출하가 반복된다. 병아리가 태어난 날 바로 입식해서 납품하기까지는 대략 한 달 정도 걸리고, 나머지 한 달은 축사를 소독하고 청소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고압 분무기로 청소를 말끔히 끝내면 왕겨를 깔고 입식 준비를 다시 하는 식이다.
안 회장이 정성스레 키운 닭은 위탁계약을 맺은 닭고기 전문기업인 마니커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한번 출하할 때 그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마리 수를 세지 못하고 kg 단위로 출하를 하고 있다고. 이렇게 해서 연 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4년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다시 내려왔다는 그는 3년차에 접어든 초보 농부지만,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육계를 해 왔던 터라 20년 넘게 보고 자란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몸을 다쳐 농사를 도와드리다가 아예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단다.
부지런함이 몸에 베인 안 회장의 일과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농장을 돌면서 닭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농사는 뿌린만큼 거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동물들은 관심을 갖고 돌보지 않으면 그만큼 결과도 안 좋고, 돈도 안 되니까요.”
형 안태주 씨의 권유로 2015년부터 4-H활동을 시작한 안경주 회원. 형은 철원군4-H연합회장, 형수는 여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야말로 4-H가족이다. 형 역시 결혼 후 분가해 낙원농장 인근에서 육계 10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대농이다.
안경주 회원은 철원군4-H연합회 부회장과 강원도 대외협력지원부장, 사무국장을 거쳐 올해 강원도4-H연합회장을 맡으면서 점차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나에게 4-H는 친구 같은 존재’라는 그는 같이 있으면 재밌고, 없으면 생각나고 만나고 싶은 게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올해 7월쯤 개최할 강원도4-H경진대회를 잘 마치고, 힘든 농사일로 지친 회원들에게 선진지 견학 등 힐링을 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정책자금 지원 등 혜택이 없어서 아쉽다는 안 회장은 4-H활동 그 자체만으로 흥미를 느끼고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도연합회를 이끌어 가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정동욱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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