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15 격주간 제869호>
[영농 현장]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한 아이디어 넘치는 재주꾼

김 덕 회 회원 (제천시4-H연합회장)

전국이 매서운 한파로 꽁꽁 얼어붙고 손 한 뼘 넘게 눈이 많이 내린 1월의 어느 날. 제천에서 만난 회원이 꺼낸 첫 마디는 의외로 다가왔다. “시골 사는 게 싫었습니다.”
뜻하지 않은 대답에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증이 더해갔다. 주인공은 제천시4-H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김덕회 회원(32·충북 제천시 백운면 구학산로).
청주에 있는 한 대학의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3년을 공부하면서 쉬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공지영 작가가 쓴 좥지리산 행복학교좦를 읽고 고향인 제천으로 다시 귀향을 선택했다.
큰 돈을 벌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틀에 박힌 삶에 얽매이지도 않을뿐더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단다.
고향에 내려와 처음 한 일은 건강원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일손을 도와드리는 것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농산물 가공 판매업이 큰 시행착오 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때 알게 된 지인들이 거래처가 되기도 하고, 단골 고객으로 맺어진 분들도 많기 때문이다.
부모님 일을 돕다가 농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처음으로 재배한 작목은 복분자. 수작업이 많이 필요한 작목이라서 농기계를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지출이 많아지다 보면 위험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정착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2~3년은 작황도 좋고, 벌이도 괜찮았다. 조금씩 판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공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런저런 고민과 분석 끝에 실행에 옮겨도 괜찮겠다는 결론에 다다르면 주저함 없이 도전에 나섰다.
2011년 종자돈 2천만원으로 창업을 했다. 20㎡도 채 되지 않는 조그만 공간에 ‘넉넉한 사람들’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가공시설을 만들었다.
현재는 사과, 복분자에서 생즙을 추출해서 가공하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농산물을 위탁받아 가공해서 돌려주기도 하고, 농가에서 직접 농산물을 수매해 가공한 후 주스 형태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2014년 중소기업청년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시설 규모를 200㎡로 확장했다. 지난해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주관하는 청년농업인 경쟁력제고사업 지원을 받아 인근에 430㎡ 종합가공시설을 새로 신축했다. 김 회원은 원래 사용하던 사업장 공간 일부는 지인이 미술관 겸 공예체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경쟁력제고사업 지원대상자 선정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제천시4-H연합회에 100만원을 선뜻 기부했다.
2014년 제천시4-H연합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김 회원은 작년 4-H중앙경진대회 창업아이디어 경진 부문에 풋사과즙을 출품해서 2위를 수상했다.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올해 농축기와 스틱포장기를 들여와 상품화를 진행하고 있다. 다이어트로 각광받고 있는 풋사과가 요즘 대세인 까닭에 내린 결정이다.
“생산·가공·유통·체험 같은 6차 산업은 본인 스스로 다 하려고 하기 보다는 지역공동체와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게 바로 상생이고 우리 농촌이 함께 잘 사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취재에 동행한 충청북도4-H본부 임선화 사무국장은 “김덕회 회장은 워낙 아이디어가 많은데다가 무엇이든 항상 지역공동체와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믿음직하다”고 신뢰를 표현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하는 아이디어맨 김덕회 회원이 있기에 제천시 4-H활동이 나날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동욱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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