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1 격주간 제902호>
[시 론] 미세먼지가 삶의 질을 위협한다
이 석 형 (산림조합중앙회장)

“산림은 거대한 공기청정기이자 오염물질 저장소”

환경의 위기는 곧 삶의 질을 위협한다는 당연한 사실이 최근 미세먼지 문제로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대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아침에 일어나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방진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대응 상품들은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오죽하면 지난겨울 삼일은 춥고 사일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는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으니 삶의 질을 떠나 재난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미세먼지 대책은 무엇보다 발생 원인에 대한 저감 대책이 중요하겠지만 현재는 원인에 대한 분석도 논란이 많으며 당장의 해결책도 미세먼지 마냥 흐릿하다.
그나마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이 우리에게 있어 다행이다. 1ha(3천여 평)의 숲은 연간 총 168kg에 달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하며 거대한 공기청정기 역할과 오염물질 저장고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연간 126조원에 해당한다. 맑은 물과 공기를 공급하고 생태계 보전을 비롯한 경관조성, 휴양 쉼터 제공, 탄소 흡수 등 국민 1인당 249만원 혜택을 주고 있다. 한자 ‘쉴 휴(休)’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있는 한자인데, 이처럼 사람과 나무, 숲은 생존을 위한 공생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연환경은 삶의 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거에는 교통이 편리하거나 학교가 가까운 지역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그래서 역세권 대신 숲세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며 산책, 운동 등 여가활동도 쉬워져 숲세권은 갈수록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저감 숲, 바람길 숲, 차단 숲 등 다양한 도시숲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시숲은 평균 25.6%, 초미세먼지 40.9%를 저감한다. 외국에서도 가로수 옆 주택가가 미세먼지 50%가 감소되고, 도로 양쪽 건물 외벽과 옥상에 녹지대를 조성할 경우 60%까지 감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산림과학원은 최근 국내에서 흔히 심는 나무 322종을 대상으로 수종별 미세먼지 저감 능력을 세분화해 발표하기도 했다. 키 큰 나무 중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우수한 상록수종은 소나무·잣나무·곰솔·주목·향나무 등이었으며, 낙엽수종 중에서는 낙엽송·느티나무·밤나무 등이, 울타리 등으로 많이 사용되는 관목류 중에서는 두릅나무·국수나무·산철쭉 등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표면에는 눈주목과 눈향나무가 좋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또한 연구를 통해 파키라, 백량금, 멕시코소철, 박쥐란, 율마 등 시중에서 구하기 쉽고, 기르기 쉬우며 실내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인 식물을 발표했다. 이 식물들은 20㎡의 거실에 잎 면적 1㎡의 화분 3∼5개면 초미세먼지 20%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사회는 끊임없는 산림자원을 필요로 하는 구조이다. 지금 우리 앞의 책상, 가구, 종이 등 많은 부분이 산림에서 얻는 것이며 지금 이 글이 실린 신문 지면 역시 산림에서 얻는 것이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숲을 가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사람과 숲이 공존,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산림은 단순히 나무가 자라는 공간이 아니라 한 국가의 토대이며 국가 공동체 구성원의 삶과 문화, 경제의 공공자원이라는 공동체적 가치가 담겨있다. 또한 시장경제의 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민족 공동체의 얼과 혼, 환경적 가치, 인류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산림의 위기는 곧 환경의 위기이며 삶의 질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공동체를 위협한다. 숲과 나무의 날 숨은 인간이 들숨이 되고, 인간의 날 숨은 숲과 나무의 들숨이 되어 공존한다. 그리고 숲과 산림을 가꾸는 것만큼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한 사실을 기반으로 더 푸르고 울창한 숲을 가꾸고 가정 내 베란다와 거실에 미세먼지 저감에 좋은 나무들로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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