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5 격주간 제861호>
[시 론] ‘우리에게 부모님은 고향’ 고향세 도입을 촉구한다

"위태로운 고향을 이제는 우리가 돌봐야 할 때다.
우리 가슴속에 간직한 고향의 원형을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


이 석 형 (산림조합중앙회장 / 전 함평군수)

사회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가 나날이 심해지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삶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요구이다.
나는 민선 자치단체장으로 12년간 일하며 복지제도가 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느껴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획일적인 제도로는 주민을 만족시킬 수 없다. 수요자에 따라 내용과 수준을 달리하는 맞춤형 복지서비스가 요구되면 특히, 농어촌 지역은 그 특수성을 고려해 도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산어촌은 어르신들이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결국 그 분들을 어떻게 모시느냐하는 것이 복지의 큰 관건이다. 어르신들이 활기차고 건강하게 노년을 누리도록 진심을 다해야 한다. 내 부모 모시듯이 하라는 이야기다. 따뜻한 마음으로 공경해야 한다. 그게 바로 농산어촌 사회의 복지다.
우리에게 부모님은 고향이고, 고향은 부모님이다. 나의 몸과 성품을 만들어 주신 것이 부모님이고, 그런 부모님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고향’이라는 이름은 곧 우리를 하나로 묶는 운명의 끈이 되는 것이다. 고향이라는 말을 하면 누구나 산허리에는 분홍 진달래가 만발하고, 뜰에는 강아지가 한가롭게 낮잠을 청하고, 당산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고향집을 마음속에 그리게 된다.
하지만 고향은 우리에게 끝없는 사랑을 베풀기만 하다가 정작 자신은 속 빈 강정이 되어버렸다. 알맹이는 누가 언제 다 훑어가버렸는지 알 수 없는 빈 수숫대가 된 지 오래다. 위태로운 고향을 이제는 우리가 돌봐야 할 때다. 우리 가슴속에 간직한 고향의 원형을 지키고 가꾸어야만 한다.

농산어촌 어르신 복지가 최우선

그러나 이러한 고향을 지키는 데는 행정적·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고향의 어르신들을 내 부모 모시듯 하려면 따뜻한 마음도 중요하지만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농산어촌이 이렇게 어렵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자식 문제가 엮여있다. 좋은 일자리의 부족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이지만 자식의 교육과 결혼을 책임지는 것도 모자라 자식이 가정을 꾸민 후에도 뒷바라지를 하는 늙은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나는 어르신들과 자식 이야기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식에게 다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경제력이 있어야 손주들이 한번이라도 더 보러 온다고 당부 드린다. 이것은 원칙의 문제다. 어르신들이 수탈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노인이 돈이 뭐가 필요해?’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노인일수록 돈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어르신들 스스로는 물론 자식들도 동의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함평군수 시절부터 도시의 자식들이 농산어촌의 부모님들에게 십일조를 하라고 권유하였다. 자신이 번 돈의 1할은 부모에게 드리라는 의미이다. 그 돈이 어르신들의 삶에 의욕을 불어넣고, 힘찬 활기가 되고, 노년의 건강을 지킨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 ‘고향세’ 도입을 주장하였다.
‘고향세’는 도시 주민이 소득세 또는 주민세의 일부를 자신의 고향이나 농산어촌 지자체에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고향이 바로 부모님이다. 농산어촌을 돕는 게 곧 부모님을 모시는 것이다. 십일조 드리듯 ‘고향세’를 납부하면 어르신들의 노후가 한결 편안해진다.

고향세 도입으로 수도권·지방 공존

우리나라에서도 고향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공생·공존이라는 측면에서 도입을 서두르는 게 국가적으로 이익이다. 그래야 나라가 화합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 중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출생한 사람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의 교육비와 결혼자금이 누구 호주머니에서 나왔나? 농산어촌의 부모님들이 소 팔고 논밭을 정리한 돈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고향세’를 도입해 자신의 고향이나 농산어촌 지자체에 선택적 납부를 하도록 하면 지역 간 재정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작은 돈이지만 농산어촌에는 큰돈이다. 또 ‘고향세’ 유치를 위한 지자체들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지역의 자발적 발전도 촉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 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고향세’ 논의에만 그치지 말고 이번에는 꼭 도입되기를 기대한다.

목록
 

간단의견
이전기사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진로이야기] 직업교육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다음기사   [회원활동 소감문] 미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