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5 격주간 제859호>
[시 론] 선거권 18세로 낮춰 청소년 정치참여 확대하자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거연령 하향뿐 아니라 청소년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여야 한다"

이 창 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가 최근 발표되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국민의 참정권 확대와 정치참여확대이다. 즉 만 18세로 선거연령을 하향하고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투표연령은 2005년 20세 이상에서 19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었으나 이후 18세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었다. 특히 2016년 10월 국정농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매주 촛불집회가 지속되면서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커져갔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본원이 최근 고등학생 14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3명 중 2명가량(65.9%)이 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감 선거연령을 16세로 하향하는 것에 대해서도 청소년의 절반가량(51.5%)이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선거권 연령 하향조정은 정치권 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최근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공감대도 많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에 대한 제도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선거연령이 낮춰지면 고등학교 3학년생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책임감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이제 청소년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청소년문제와 관련된 공약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그동안 청소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이 없다 보니 많은 관심들이 노인에게 쏟아졌다.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된다면 청소년들의 표를 얻으려는 후보자들의 관심과 노력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거연령 하향뿐 아니라 청소년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중 한 가지 방법은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모의투표의 활성화이다. 어느 청소년단체에서 올해 청소년들과 함께 실시한 대선모의투표는 사전선거인단으로 6만여명이 등록을 해서 이중 5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조사결과 놀랍게도 모의투표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후보를 선택한 기준은 후보자의 공약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후보의 TV토론이 그 뒤를 이었다는 것이다. 즉 청소년들은 후보자들이 어떤 정책공약을 가지고 있고 TV토론에서 얼마나 진실되게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실천의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의투표는 학교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들이 학교에서 모의투표를 진행하면서 미래 유권자로서 학생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후보자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공약을 설명한다고 한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제도적 틀에 매여 교사가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선진국의 사례처럼 학교나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모의투표가 활성화돼야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효능감이 증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업시간을 통한 정치적 문제나 이슈에 관한 토론의 활성화도 청소년의 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본원 조사결과 절반가량의 청소년들(54.1%)이 초등학교 및 중학교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문제나 이슈에 관한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을 질문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수치는 매우 낮은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정치적인 사안이나 문제에 대해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주입식교육의 틀을 과감히 깨뜨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토론식교육의 체계가 확립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세대에 부합하는 청소년의 정치참여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즉 청소년의 오프라인 참여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청원이나 서명, 온라인 상의 게시글 쓰기 등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온라인실천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이뤄진 것 같다. 이제 필요한 것은 청소년들의 정치관심을 높이고 정치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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