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15 격주간 제833호>
[2016 청년4-H 해외체험 연수기] 또 다른 4-H의 시작 필리핀 봉사활동

이 재 광 회원(경기도4-H연합회 부회장)

이번 청년4-H 해외체험연수를 필리핀으로 간다는 소식을 접한 나는 참여 여부를 놓고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 그 이유는 다른 이들을 돕고 나누는 것은 적극 찬성이었지만, 작년에 우연히 접한 장애인 봉사활동에서 성급한 행동과 준비가 덜된 참여로 후회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해외체험연수는 한국4-H를 대표해 참석하는 것이기에 부담도 상당했다. 하지만 20대의 마지막인 올해는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리라는 다짐’에 마음을 다잡고 참가신청을 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간은 흘렀고, 6월 28일 해외봉사활동의 출국일이 다가왔다. 이륙하는 비행기에서도 내가 잘해낼 수 있을지의 반신반의한 마음과 필리핀이라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현지 보육원에 도착하니 아이들의 따뜻한 환영이 절망을 잠시 다독여줬지만 그것도 잠시뿐 열약한 시설환경과 필리핀 전통의 낯선 냄새들로 그 공간에 서 있기 힘든 상태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다시 각오를 다지며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children’s garden of philippines. 이 보육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설보수, 벽화그리기, 양계장 만들기였다. 사전에 팀을 구성했지만 현장 상황을 자세히 몰랐기에 준비가 부족했던 우리들은 서둘러 시설을 돌아보며 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우리는 시설 안에 있는 이미 누군가가 그리고 간 벽화를 보고 또 한 번 좌절을 맛보아야했다. 마치 전문가가 해 놓은 것처럼 보이는 벽화는 우리 팀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주었고 생각보다 까다로워 보이는 시설 담당자의 요구는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다음날을 위한 작업회의를 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다음날이 됐고 본격적인 벽화를 그리기에 앞서 필요한 자재들을 준비하며 시설을 수리하고 지저분한 벽도 도색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작업들이 하나둘 정리 되어 갔고 그 날의 할일이 마무리가 됐다. 마무리 후 철수를 하며 동네 아이들과 인사를 하는데 한 아이가 팔을 붙들며 가지 말라고 떼를 썼다. 아직도 그 아이의 눈빛이 마음속에 남아 있으며 아마 절망으로 닫혀 있던 마음을 열어준 열쇠였으리라 생각된다.
다음날은 보육원의 아이들과 힘을 합쳐 1층과 지하에 있는 벽 도색을 진행했다. 이때가 아이들과 나의 벽이 허물어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느덧 보육원에서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아이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벽 도색의 마무리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본격적으로 벽화그리기에 착수할 수 있었다. 가능한 모든 정신을 쏟아 부으며 보다 완벽하고 전문가적인 작품처럼 보이게 노력을 했다.
그리고 벽화가 완성되어 갈쯤엔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리의 벽화를 보고 칭찬을 해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안도했고 벽화의 내용을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모두의 기분 좋은 칭찬에 더욱 적극적으로 4-H이념을 알려줄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의 저녁은 보육원 및 그 동네의 모든 아이들과 체육활동 및 같이 저녁을 먹는 시간이었는데 계획한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해 행사진행에 많은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그때 보육원의 고학년 친구들이 선뜻 우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참 말도 안 통하는 타국 땅에서 몸짓과 눈빛으로 소통하며 짧지만 유쾌한 행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일정 5일 째. 우리는 보육원보다 더 외곽에 있는 형편이 정말 어려운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했다. 그곳엔 다일공동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이 있었는데 이 시설은 밥을 못 먹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을 듣게 되었는데, 굶어 죽을 정도로 배고파하는 아이들이 욕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세 가지 크기의 그릇에 담긴 식사를 선택해서 먹을 수가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선택되어진 크기는 중간과 작은 그릇이었다. 자신이 욕심을 부리면 자신과 비슷한, 어쩌면 정말 필요한 다른 이들이 도움을 못 받는다는 것을 그 아이들은 알고 있었다.
정말 작고 여린 아이들이지만 그 속에 강한 질서의식과 나눌 줄 아는 커다란 배려에 가슴이 찡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밥퍼 봉사를 마지막으로 필리핀에서의 봉사활동의 일정이 끝났다. 이번 해외봉사활동을 통해서 4-H라는 단체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끝으로 이 글을 보고 있을 20명의 봉사단 분들과 이러한 봉사활동이 이뤄지게 노력하신 모든 이들에게 뜻 깊은 기회와 깨달음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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