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5 격주간 제925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광자(狂者)와 견자(者)
"향원은 덕(德)을 망치는 사람이다
鄕愿 德之賊也(향원 덕지적야)"
- 《논어(論語)》 중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협력이 기본이다. 무슨 일이든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와 협력하는 게 좋을까. 이에 대해 공자가 제시한 해답은 매우 의미가 깊다.
“항상 올바름을 행하는 군자(君子)를 만나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군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나는 광자(狂者)나 견자(者)와 손잡고 함께 일을 도모할 것이다.”
공자가 가장 이상적인 사람으로 꼽은 것은 군자(君子)다. 덕(德)을 갖추고 있으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면 협력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다. 공자는 광자(狂者)와 견자(者)를 차선책으로 제시한다. 광자(狂者)는 미치광이를 뜻하며 견자(者)는 고집스런 사람을 뜻한다. 공자는 왜 이런 차선책을 제시했을까.
“광자(狂者)는 군자처럼 중용을 실천하지 못하고 과한 단점이 있지만 진취적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견자(者)는 고집불통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부연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광자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는 과도한 이상주의자를 뜻하며 견자는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이 강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이다. 공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군자는 아마도 광자와 견자의 중간지대에 속한 사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군자가 아니더라도 군자와 비슷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광자나 견자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자는 매우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자기 마을 사람들의 인심만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 물으면 모두가 ‘그 사람은 매우 훌륭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일이 생기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 뒤에 서서 상황을 지켜본 후에 세력이 강한 쪽의 편을 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실천한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겉으로 착한 척하고 현명한 척하는 사람, 세상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며 인심만 얻으려고 하는 사람은 세상의 도적과 같은 존재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향원(鄕愿)이다.”
공자의 말이다. 그렇다면 향원(鄕愿)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일까? 조선의 학자, 이이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해가 좀 쉬워진다.
“대개 시골 마을에 터를 잡고, 지역 유지라고 불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은 감춘 상태에서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따른다. 올바르지 않은 게 있더라도 자신에게 익숙한 것이거나 유리한 것이라면 고쳐서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자신의 안전과 자신의 유리함만을 생각하기에 발전도 없다. 이들이 주는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개혁을 막고, 바른 학문의 길까지 막아버린다.”
한마디로 사이비(似而非) 학자나 지식인을 말한다. 사회적 지도자를 자처하지만 이들은 올바름을 해치는 도적과 같다. 차라리 광자나 견자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향원이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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