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1 격주간 제920호>
[기고문] 4-H에 푹 빠진 섬마을 학생들의 알콩달콩 이야기
배명옥 (전남 완도 청산중학교 지도교사)

저는 완도에서 배로 50분 거리에 있는 청산중학교에 2018년 발령받아 3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완도, 청산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섬, 가고 싶은 섬이라고들 말하는데 지중해의 어느 바다보다 청초한 아름다움을 지닌 유명한 섬입니다.
우리 학교는 1967년에 개교한 역사적 전통을 지닌 학교로, 최종술 교장선생님과 전교생 28명이 4-H회원으로 알콩달콩 활동하면서 살아가는 작은 면단위 중학교입니다. 섬 면적은 42.7㎢, 인구는 2,540명으로, 2007년 슬로우시티로 지정된 수산자원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천혜의 관광지입니다.
이 아름다운 섬에서 우리가 얼마나 재미나게 생활하고 있는지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비록 학생 수는 적지만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4-H회원 활동내용을 전해보고 싶습니다. 우리 학생들 중에서는 바닷일에 바쁜 부모님, 다양한 가족형태 속에서 부모님이 계신다 하더라도 정서적, 교육적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더군다나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없는 섬지역이다 보니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중독이나 수준 낮은 유튜브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없이 의욕을 상실한 채 무기력하게 생활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4-H활동으로 2018년 국화 키우기와 텃밭 가꾸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몸과 마음으로 부대끼는 노작 활동을 함께 하면서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회원들이 좀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국화를 키워서 주변 독거노인, 마을회관, 지역 유관기관에 나눠 드리는 활동부터 시작해보았습니다.
이에 나눔활동이 주는 작은 기쁨을 맛본 학생들은 다양한 나눔활동을 전개해 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첫 번째는 사제동행으로 강원도 산불피해 이웃 돕기를 하기로 결정하고, 직접 쑥을 캐고 김을 기부 받아 김전과 쑥와플을 만들었습니다. 청산슬로우시티 축제기간을 이용하여 토요일과 일요일에 판매하여 기부하는 활동을 해보면서 정슬민 학생은 힘들었지만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자신감과 나눔의 기쁨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환경정화, 쑥떡 나눔, 송편나눔, 재능기부 등 다양한 나눔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전남4-H과제경진대회에 전교생의 절반 가까운 12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하여 자원봉사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단체예능부문(방송댄스)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우리 회원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하면 된다’는 성공의 경험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과제경진대회 준비기간 때만 해도 우리가 해봤자 안 된다는 패배의식에 자신 없어 하는 학생들을 다둑거리고 때로는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던 우리 회원들은 4-H과제경진대회에서 얻은 성공의 경험으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도전정신과 자신감은 지난해 11월 21일 완도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한 프린지페스티벌에 방송댄스 분야에 나가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자신감이 쑥쑥 자라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 회원들은 회장을 중심으로 어떤 나눔활동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는데, 이번 겨울방학에는 서투른 뜨개질 솜씨로 주변 어르신들에게 목도리를 만들어 나누는 활동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칭찬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4-H활동 경험으로 자신감을 얻은 우리 회원들은 학교의 주인으로 나아가 지역사회 미래 역군으로 2020년에는 어떤 활동을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세우고 설레는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4-H활동을 통해 회원들은 자신이 삶의 주인이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인재로 성장, 변화해가는 경험을 하게되어 소통, 협력, 배려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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