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1 격주간 제910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위기를 만났을 때
"하늘의 이치를 따르면 살아남고 거스르면 망한다
順天者存 逆天者亡(순천자존 역천자망)"
 - 《맹자(孟子)》 중에서


세상을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위기와 마주칠 때가 있다. 어두운 밤이 찾아오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큰 피해를 당하지 않고 견뎌내는데 반해 어떤 사람은 주저앉고 마는 것일까.
“하늘의 이치를 따르면 살아남고 거스르면 망한다(順天者存 逆天者亡).” 맹자(孟子)는 이에 대해 ‘순천(順天)과 역천(逆天)’을 비교하며 설명한다. ‘순천(順天)’이란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며, ‘역천(逆天)’은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순천(順天)’이고 무엇이 ‘역천(逆天)’인가. 고대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흔히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요순(堯舜)시대를 태평성세라고 부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홍수로 인한 피해는 엄청난 재앙이 되어 사람들을 괴롭혔다. 이에 요임금은 곤()에게 치수(治水) 사업을 맡긴다. 곤은 제방을 쌓아 홍수를 막아내려고 했지만 제방은 번번이 무너져 피해를 오히려 키우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요임금의 뒤를 이어 임금의 자리에 오른 순임금은 곤에게 책임을 물어 멀리 귀양을 보냈고 곤은 귀양지에서 쓸쓸히 죽었다. 이후 순임금은 곤의 아들 우(禹)에게 다시 치수(治水) 사업을 맡긴다. 우는 제방을 쌓은 아버지와 달리 물길을 새로 만들어 불어난 물이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가도록 만들었다. 이 공로를 인정받은 우는 순임금의 뒤를 이어 임금의 자리에 올랐다.
곤이 했던 일이 역천(逆天)이라면 우가 한 일이 바로 순천(順天)이라고 할 수 있다. 힘으로 가로막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통하게 하는 것이 순천(順天)이다.
날이 어두워져 밤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사방에 불을 켜놓아도 어둠은 그대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참아내는 것이다. 기다리면 아침이 된다. 추운 겨울은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가. 참아내야 한다. 기다리면 봄이 온다. 참고 기다리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스스로의 자신감과 단단한 희망에서 온다.
공자의 제자인 자장이 먼 길을 떠나며 공자에게 몸과 마음을 수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는 것이다. 왕이 참으면 나라 전체에 해로움이 없고, 작은 영토를 다스리는 자가 참으면 큰일을 이룰 수 있으며, 관직에 있는 사람이 참으면 그 지위가 올라가고, 형제가 서로 참으면 집안이 흥하고, 부부가 서로 참으면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친구가 서로 참으면 명예를 지킬 수 있다. 내가 참으면 세상의 그 어떠한 것도 나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참는다는 것은 멍하니 앉아 시간만 축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참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몸을 단련시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늘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하늘 높이 올라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기술도 익히지 않고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바르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배우고 익혀서 지혜가 깊어지면, 구름 사이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마치 높은 산에 올라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막힘이 없고 당당해질 것이다(如登高山而望四海).”
장자(莊子)의 말이다. 순천(順天)은 끊임없는 자기개발 속에서 이뤄지는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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