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5 격주간 제905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참아내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두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구나!
曠安宅而弗居(광안택이불거)"
- 《맹자(孟子)》 중에서


유가(儒家)에서는 흔히 짐승과 사람의 차이를 드러내며 바른 길을 제시하곤 한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이지만 그 마음속에는 수없이 많은 이치가 전부 갖추어져 있다.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의 어질고 착함,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의 의로움, 공자와 맹자의 바른 가르침도 모두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그들이 이룬 것을 다 이룰 수 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스스로 포기하거나 사사로운 욕심만을 채우기에 바빠서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빼어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포기하거나 다른 것에 휩쓸리게 되면 점점 어리석어져 나중에는 짐승과 다를 게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율곡이 《성학집요(聖學輯要)》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도 짐승과 사람의 차이다. 짐승이 아니라 사람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공부, 학문이라고 율곡은 말하고 있다.
“사람은 짐승보다 힘이 약하다. 대자연 앞에 서면 초라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과 땅 사이에 우뚝 서서 만물의 영장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학문(學問)이 있기 때문이다. 학문을 통해 바른 이치를 파악하고 바른 이치에 따라 세상과 호흡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성학집요(聖學輯要)》에 나오는 율곡의 말이다. 율곡이 사람과 짐승을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제시한 것이 바로 학문이다. 그렇다면 학문(學問)이란 무엇인가. 학문은 꾸준함이며 참아내는 것이다. 영특함과 천재성이 아니다.
사람은 짐승보다 힘이 약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들을 이겨내고 만물의 영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몸으로 익혀 저장하고 후대에 전해주는 일은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꾸준함이며 참아내는 힘이다.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지구력(持久力)이다. 지구력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힘’이라고 나온다. 바로 그 힘이 사람의 힘이다.
사람은 육체적으로 짐승에 비해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육체적으로 강한 점이 한 가지 있다. 지구력이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힘이 강하고 속도가 빠른 맹수도 사람에 비하면 지구력이 형편없이 약하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뿜거나 순간적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에너지를 쏟아내면 체온이 올라간다. 체온이 올라가면 사망에 이르는 것이 온열동물의 한계다. 그러므로 빨리 달리거나 힘을 쓰면 반드시 체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체온조절을 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 열쇠는 바로 ‘땀’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땀을 흘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체온이 올라가면 동작을 멈추고 쉬면서 호흡을 통해 체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약하고 느리지만 지치지 않는다.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나아가면 그 어떤 맹수도 사냥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지구력에서 나오는 힘이다.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자(自爆)와 스스로를 쓰레기처럼 내다버리는 자(自棄)와는 함께 할 수 없다. 인(仁)은 편안한 집이다. 편안한 집을 비워 두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구나!(曠安宅而弗居)”
맹자의 말이다. 자포자기(自暴自棄)는 단순한 ‘give up’이 아니다. 자신을 때리고 내다버리는 것을 뜻한다. 끈질김과 오랫동안 버티며 견디는 힘은 짐승이 지니지 못한, 사람만이 지닌 뛰어난 개성이다. 그래서 맹자는 이를 ‘편안한 집’이라 말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집을 버려두고 있으니 맹자는 답답할 뿐이다. 돌아가자, 편안한 집으로.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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