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5 격주간 제903호>
[학교 4-H 탐방] 내가 키운 작물도 쑥쑥, 감성일기로 내 감성도 쑥쑥
경기 안산 성포고등학교

성포고 4-H회원들은 상자텃밭가꾸기를 하는 동안 감성일지를 작성하면서 책임감과 감성을 키우고 있다.

학교단위에서 4-H활동으로 많이 하고 있는 텃밭가꾸기. 물론 학교 여건에 따라 텃밭을 키우는 곳이 노지일 수도 있고, 조그만 상자텃밭이 될 수도 있다.
성포고등학교(교장 이한영·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충장로 538) 4-H회원들이 가장 재밌어하면서 인기 있는 활동은 단연 ‘상자텃밭가꾸기’다. 상추를 심어놓은 40여개 되는 상자텃밭이 학교 건물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상자마다 주인 이름이 쓰인 푯말이 세워져 있다.
김다영 지도교사는 상자텃밭가꾸기 활동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감성일기’를 덧입혔다. 작물이 조금씩 조금씩 커가듯이, 작물을 키우는 4-H회원들의 감성과 책임감 역시 관찰일지를 작성하면서 한 뼘 한 뼘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감성일지는 7일에서 10일 정도의 간격으로 모두 열 번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작물이 커가는 사진도 함께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시각적 관찰에만 머물지 않도록 감성적 요소를 채워 넣었다. 유명한 시 한 편을 적어놓고, 느낀 점을 쓰거나 빈칸을 채우는 식으로 작물을 키우는 의미를 연관 지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농업 관련 책 2권을 소개하면서 감상문을 써오는 회원에게는 작은 선물을 주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모두 김다영 지도교사가 일일이 자료를 구해서 직접 공들여 만든 결과물로 탄생했다.
김 지도교사는 작년에 한 친구가 작성한 감성일지 한 구절을 소개했다.
‘나는 하루라도 물을 먹지 않으면 목이 타고 죽을 것 같은데, 내가 키우는 작물에 난 며칠에 한 번씩 내가 시간이 있을 때만 물을 주었구나. 그래서 내 작물이 친구들의 그것보다 잘 자라지 않은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제부터 물 잘 줄게!’
상자텃밭가꾸기는 어려운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눔활동으로도 이어진다. 첫 수확물을 판매해서 거둔 수익금을 유네스코 드림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있는 것.
연말엔 포토 콘테스트를 개최해 노력의 결과를 겨룬다. 작년엔 배추와 무를 심었는데, 2kg짜리 무를 출품한 회원 2명이 1등을 거머쥐었다. 이 회원들은 올해 한국4-H본부가 주관하는 우수 학생4-H회원 표창 대상자로 선정되는 보너스도 함께 누렸다.
성포고4-H회는 2009년 조직돼 김다영 지도교사가 2013년부터 지도해오고 있다. 1,000명 남짓한 전교생 가운데 60명이 4-H활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제가 부임하고서 교장선생님이 세 번 바뀌었는데, 한결같이 4-H활동을 권장해주셨어요. 지금 계신 이한영 교장선생님은 4-H출신입니다. 활동비가 모자라면 학교에 추경을 올려서 활동하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성포고4-H회는 상자텃밭가꾸기, 1인 1화분 가꾸기 외에 올해 수경재배기를 구입해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 활동을 새롭게 시작했다. 수경재배기를 이용할 때와 상자텃밭에서 키우는 상추를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엔 천 조각으로 컵받침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작품 만들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등을 계획하고 있다.
성포고를 졸업하고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진학한 이하늘 양을 인터뷰 말미에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짧았지만 강렬했던 3학년 때의 4-H활동을 이렇게 돌아봤다.
“학교라는 곳은 학생에겐 일상적이고, 도시적인 공간이게 마련이죠. 그런데 4-H활동을 통해 나만의 식물을 키우면서 생명의 신비함을 깨닫고, 학업 이외에 활력을 느낄 수 있어서 제겐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후배들에게 이런 조언도 덧붙였다. “책을 많이 읽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라.”
성포고4-H회는 김다영 지도교사가 처음 4-H를 맡았을 때만 해도 그저 동아리활동의 하나로 인식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회원들끼리도 “Four H”라고 부르면서 학교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햇살 아래 성포고 4-H회원들의 지혜롭고 따뜻하고 부지런하고 건강한 삶이 상자텃밭에서 쑥쑥 영글어가고 있다.
정동욱 기자 just11@4-h.or.kr

상자텃밭과 수경재배의 차이점에 관한 비교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다영 지도교사(우)와 졸업생 이하늘 양(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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