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5 격주간 제901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

"우리 모두는 남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人皆有不忍人之心(인개유불인인지심)"
- 《맹자(孟子)》 중에서


‘맹자’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성선설(性善說)’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선(善)하게 태어났다’는 맹자의 주장은 사람에 대한 믿음이라기보다는 우주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다. 흔히 하늘(天)로 표현되는 우주를 포함한 이 세상을 만들어낸 존재에 대한 믿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天)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自然)과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요(堯)임금 때에도 아직 세상은 평온하지 못했다. 장마가 시작되면 물이 이리저리 흐르며 세상을 물에 잠기게 했다. 그런 이후에는 풀과 나무, 그리고 새와 짐승들만 무성하게 자라나고, 농민들이 가꾸는 곡식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새와 짐승들이 사람들을 핍박하고, 짐승의 발자국과 새 발자국이 낸 길이 온 나라 안에 어지럽게 있을 뿐이었다. 이를 걱정한 요임금은 순(舜)을 등용하여 세상을 다스리게 만들었다.”
《맹자(孟子)》의 ‘등문공(文公)’ 편에 나오는 글이다. 요(堯)는 세상이 어지러운 이유를 자신이 제대로 정치를 하지 못했기에 하늘(天) 혹은 자연이 내려주는 벌이라 판단하고 새로운 인재(人材)를 구해 나라를 다스리게 만들었다.
홍수가 나고 농사가 잘 되지 않는 것 또한 자연의 질서이며 하늘의 명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사람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 하늘을 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늘은 세상을 만들어낸 절대선(絶對善)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필요한 것이 바로 자기반성이다.
하늘이나 자연에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반성하고 새롭게 개혁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외부에서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이유를 찾는 것이다. 하늘의 잘못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나에게 잘못이기에 이에 대한 해법도 나의 개혁이 유일한 길이 된다.
그렇다면 그 개혁의 방향은 어떻게 정하는가. 나의 의지와 생각을 근거로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개인의 이익에 연결된 해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생각이 아니라 다중(多衆)의 생각으로 방향을 정한다.
요임금은 여러 부락의 수령들을 모아놓고 후계자를 누구로 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모두들 순을 추천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효성이 지극하고 성실하며 덕(德)이 높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계모와 이복동생이 순을 모함하여 죽이려고 했지만 복수하지 않고 끝까지 그들을 포용하고 다독이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에 요임금은 자신의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을 데려와 후계자로 삼았다.
“순이 요임금의 재상 노릇을 한 것은 28년 동안이다. 요임금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은, 사람으로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것이 바로 하늘의 뜻이라 할 수 있다.”
《맹자(孟子)》의 ‘만장(萬章)’ 편에 나오는 글이다. 맹자는 주변 사람들의 뜻을 따른 요임금의 결정을 하늘의 뜻을 따른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맹자가 말하는 ‘선(善)’은 단순히 ‘착하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선(善)’은 올바른 것이며 사익(私益)이 아니라 공익(公益)을 의미하며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여론(與論)을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자기반성이다.
맹자가 “우리 모두는 남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人皆有不忍人之心)”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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