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5 격주간 제897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진실로 그 가운데(中)를 잡아라”
允執厥中(윤집궐중)
-「서경(書經)」 중에서


유학(儒學)에서 강조하는 올바른 삶은 조화로운 삶을 의미한다.
“마음을 단정하게 만들어 함부로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모든 일을 마치고 혼자 있을 때에는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잘못된 점이 없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특히 혼자 있을 때에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과 마음이 바른 이치에 익숙해지면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항상 바르게 됩니다. 때와 장소에 맞도록 적절히 움직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모든 것과 조화롭게 소통하며 화합하면, 나의 바른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영향을 받아 바르게 변화하니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저절로 안정을 찾게 됩니다.”
조선의 위대한 학자인 이이가 1575년, 당시 임금이었던 선조에게 학문의 바른 길을 안내해주기 위해 올린 책 《성학집요(聖學輯要)》에 나오는 말이다.
이이가 가장 강조하는 대목은 ‘때와 장소에 맞도록 적절히 움직이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모든 것과 조화롭게 소통하며 화합하라’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때와 장소에 맞게’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삶은 구체적으로 명확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니다. 시시때때로 변화한다. 그러므로 고정된 상태의 올바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기 때문이다.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의 차이는 매우 미세하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한다. 인심(人心)을 따르는 것은 그때그때의 감각에 따르는 것이다. 맛난 음식을 보면, 금덩이를 보면, 추울 때 따스함을 보면,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외부의 변화를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때그때 눈앞에 있는 것만을 따라가니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고 방향 감각조차 상실하니 걸어가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넋이 나갔다는 뜻이다. 그러니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요임금이나 순임금과 같은 성인(聖人)도 인심(人心)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위험에 빠지지는 않는다. 성인(聖人)의 인심(人心)은 자연스럽게 도심(道心)을 따르기 때문이다. 도심(道心)이 마음을 이끌어가고 인심(人心)은 그에 적절히 반응할 뿐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삶은 하나의 구체적인 모습이 아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히는 게 바로 올바른 삶이다.”
송나라의 대학자 주희의 말이다. 중국 역사에서 최고의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요(堯)임금이 순(舜)임금에게 자리를 물려주며 당부한 말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의 마음(人心)은 위태롭고 올바른 마음(道心)은 희미하다. 그러므로 오로지 정밀하고 한결같게, 진실로 그 가운데(中)를 잡아야 한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주희는 《중용(中庸)》의 해설서인 《중용장구(中庸章句)》를 출간하며 그 서문에서 ‘윤집궐중(允執厥中)’이 학문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가운데를 잡으라는 것은 획일적으로 균형을 맞추라는 게 아니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다. 극단으로 흐르지 말고 조화롭게 하라는 것이다. 올바른 길이 따로 있어서 그 길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적절히 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언제나 다양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원칙을 내세우며 하나의 잣대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순간, 바르지 않은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집을 부리지 않고 주변과 화합하고 조화를 이루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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