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5 격주간 제895호>
[지도교사 이야기] 과거와 미래, 삶의 여유와 향기가 어우러진 직무연수
이 영 신 (전남 여수 화양중학교)

겨울햇살이 깊게 스며드는 거실 한 쪽에, 작고 노란 화분에, 초록의 국화가 자라고 있다. 지난 직무연수에서 배운 대로 국화가 조금 자라자 가지치기를 과감하게 했다. 신기하게도 잘라낸 자리 그 옆에서 새 가지가 움트고 있었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이해한다는 건 이런 것일까? 연수를 통해 내가 국화의 성질과 키우는 방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국화를 국화답게 키울 수 있을까?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가서는 법을 국화를 통해 하나씩 배워가고자 한다. 앞서나가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으며 그들의 욕구를 읽어내고 채워줄 수 있는 그런 교사로 거듭나고 싶다.

거실 피아노 위에는 ‘달빛소나타’(학교과제교육 작품명)가 2019년 내 꿈을 안고 자리하고 있다. 예술에는 거리가 먼 내가 학생들과 현장에서 도전해보고자 열심히 정성스레 만든 작품이 늘 나를 지켜보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을 꿈꾸게 하고 도전하게 하며 그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연수에서 만난 달빛 소나타 만들기 활동은 2019년 교사로서의 한 해를 꿈꾸게 하는 힘을 안겨줬다. 학생들에게도 이런 활동을 통해 늘 자신의 삶의 방향을 놓지 않는 이정표를 세워보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다.
안방에서는 소박한 화분이 내 머리맡을 함께 한다. 상자텃밭 & 실내정원 꾸미기 과제교육으로 만든 나만의 실내정원이다. 어설프지만 내 손길이 닿아 애정이 가고 눈길이 자꾸 간다.
이번 직무연수는 이론과 실습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살아있는 지혜를 얻어가는 기분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는 교육이었다. 우리는 교사이다. 식물 하나를 키우는 데에도 온갖 정보와 정성이 필요한데 하물며 사람을 키우는 일은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할까? 다시금 나를 돌아보고 흩어진 마음을 챙기는 시간이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수업은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편이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농업생산과정에서 동시에 생산되는 것으로서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가 있을 경우 존재하는 것으로 정의 내린다. 시장의 실패가 또 다른 생산을 낳은 셈이다. 그러나 실패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생산이기에 중요하게 다가왔다. 농촌사회 전통과 문화 보전, 생물다양성 보호, 국토환경, 자연경관 보전 등이 의미 있게 다가왔고 미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게도 반드시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이 지닌 미래가치에 대한 인식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대한민국만의 다원적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에 우리 학생들이 함께 했으면 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하고픈 것은 스마트 팜이다. 농업은 우리 학생들에게 아직은 환영받지 못하는 영역이다. 어른들이 잘못 심어준 편견이 생활 깊숙이 더 나아가 의식에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슬픈 단면이다. 하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 농업기술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보다 자세한 정보를 주며 그들의 진로를 꿈꿀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종합과정 직무연수를 통해 올해 학교4-H 운영의 큰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1년차 지도교사에서 이제는 2년차 지도교사로 들어서며 직무연수를 통해 한걸음 성장한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 4-H 상징과 서약을 늘 마음에 새기며, 우리 학생들이 세계를 향해 자신을 움직이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 옆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조력자가 될 것이다. 좋은 것을 더욱 좋게 실천으로 배워나가는 화양중학교 4-H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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