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01 격주간 제894호>
[기고문] 오늘날 양돈 산업의 밑거름이 된 4-H양돈과제
이 용 정 (남도4-H본부 사무처장)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역술가들에 의하면 십이지(十二支)의 열두 번째에 해당하는 돼지띠 해이고 색깔로 따지면 노란색 또는 황금색으로 표해 황금돼지해라고 부른다.
지금이야 황금돼지해라는 별칭도 붙여서 새해를 축복하며 시작하지만 60년 전인 1959년, 그러니까 필자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이다. 지금 기억해 보면 쌀밥 한 그릇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80달러에 불과해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쌀밥은 많은 농촌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당시 농촌의 소득원은 고작 해봐야 닭과 달걀, 돼지, 돼지새끼에 불과했다.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닭, 달걀, 돼지새끼, 쌀 몇 되를 머리에 이거나 짊어지고 십리 길을 걸어 시장에 내다 팔아 농촌에서 생산되지 않는 성냥, 비누, 생선 몇 마리를 사오던 시절이었다.
더욱이 1959년은 사라호 태풍이 불어 많은 피해를 입었던 해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당시 태풍은 9월말 추석 무렵에 불어왔는데 많은 농경지가 침수되었고 바람의 세기가 무척 강해서 농작물은 물론 마을 앞 당산나무까지 뿌리째 뽑혀 넘어갔다.
우리 마을에는 4-H에 열정적인 어른이 한 분 계셨다. 그 분 집은 우리 마을에서도 꽤 잘 사는 집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형제들이 대학을 다닐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잘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 분은 어느 날 1마리 돼지새끼를 4-H과제자금으로 받아와 그 돼지를 매우 애지중지하며 길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개량종 돼지였던 것이다. 그 분 덕분에 우리 마을에는 돼지를 여러 마리 사육하는 양돈농가가 생겼다. 돼지로 인해 소득이 높아 잘 사는 마을로 진화되어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많았다. 현재 우리나라 돼지사육 두수는 통계에 의하면 6,000여 농장에 1,100만 두이고 양돈생산액은 쌀, 한육우를 제치고 농업생산액의 1위(7조3,0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큰 작목이다. 오늘날 이렇게 양돈 산업이 발전된 데에는 4-H 양돈과제이수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우리에서 1~2마리 키웠던 돼지가 양돈 전업농가를 거쳐 현재 양돈기업으로 발전되고 있다.
72년 전에 도입된 4-H는 6·25전쟁을 겪었고 전란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1952년에 4-H운동이 정부시책으로 채택되었으며 1954년에 4-H구락부 중앙위원회(현 한국4-H본부)를 창립하고 제1회 4-H중앙경진대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우리 전남에서는 1956년에 4-H연합회가 결성되어 전라남도4-H연합회 깃발로 각 지역을 누비면서 청소년의 가슴속에 네잎클로버 희망의 싹을 틔워 오늘날 살기 좋고 부자농촌을 일구는데 기여하고 있다.
돼지는 다산의 상징이고 재운과 행운을 동시에 가지고 다닌다는 동물로서 행운과 재복에 대한 속언이 많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라든지, 황금돼지 저금통에다 동전을 모으면 부자가 된다든지 하는 말들이 그렇다.
앞으로 4-H운동은 농업·농촌과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 인재를 키우는 운동으로 진화되어 가야 한다. 60년 전 우리 마을 그 지도자가 시작한 4-H과제이수가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저 배고픔을 면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작하였을 것이다. 4-H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우리들도 미래 세대가 4-H과제이수로 인해 엄청난 성과를 거둘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한 걸음이 미래 세대들의 가는 길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하길 바랄 뿐이다. 이러한 걸음 걸음이 모이면 우리 4-H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올해는 우리 4-H역사에 또 하나 기록될 제1회 4-H글로벌 리더십캠프 및 전국4-H가족 한마음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의 고사성어를 되새기며 설(구정)을 맞아 우리 450만 4-H가족 모두에게 황금돼지의 행운과 재운이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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