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5 격주간 제889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술을 대하는 자세

“술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酒有成敗(주유성패)
- 《명심보감(明心寶鑑)》 중에서


유가(儒家)의 학자들은 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술에 관해 가장 오래된 에피소드 중 하나를 들자면 중국 상고(上古)시대에 하(夏)나라를 세워 태평성대를 이끈 임금인 우(禹)임금과 관련된 것이다.
우임금은 물을 관리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아버지인 곤()이 처형당한 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순(舜)임금으로부터 홍수를 다스릴 것을 명받아 13년간 홍수를 다스리는 데에 모든 것을 바쳐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료했다. 순(舜)임금이 죽은 후 임금의 자리에 올라 나라 이름을 하(夏)로 고쳤다.
임금의 자리에 오른 후 의적(義狄)이란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술을 만들게 되어 이를 우임금에게 바쳤다. 우임금은 처음으로 술을 맛보게 되었는데 그 맛이 너무나 좋고 또 기분을 황홀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는 ‘잘못하다가는 술에 빠져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여 술을 멀리했다고 한다.
술을 멀리한 것이 우임금을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으니 술에 대한 유가의 생각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명도선생과 이천선생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의 일이다. 손님의 접대를 주공숙(周恭叔)에게 담당하라고 했는데, 어떤 손님이 술을 마시고 싶다며 술을 달라고 청하여 주공숙이 선생에게 술을 대접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러나 선생은 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근사록(近思錄)》에 나오는 내용이다. ‘명도선생’과 ‘이천선생’은 송나라의 대학자인 정호(程顥)와 정이(程) 형제를 말한다. 요즘은 장례식장에서 흔히 술을 마시지만 유가(儒家)에서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정이(程)는 여기서 더 나아가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신 경우라면, 자신의 생일을 맞이하여 술상을 차려 손님을 초대하고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지내도 상관없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라면 자제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공자는 어땠을까. “주량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지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唯酒無量 不及亂)”는 이야기가 《논어(論語)》에 나온다. 이를 가리켜 ‘두주불사(斗酒不辭)’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나 이는 과한 이야기라 할 수 있고 ‘스스로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양을 조절했다’라고 해석하는 게 옳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우임금처럼 술을 멀리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공자처럼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히 해야 하는 것인가.
“술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하늘이나 조상에게 제사를 올릴 때에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게 술이다. 게다가 임금과 신하 사이는 물론이고 친구와 친구 사이에서도 술은 서로의 정과 뜻을 나누는 데 매우 요긴하게 사용된다. 싸우고 난 후에 화해할 때에도 술은 매우 유용한 도구로 쓰인다. 이처럼 중요한 술을 어찌 함부로 마구 마시려고 하는가. 술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게 된다. 술을 마실 때에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酒有成敗而不可泛飮之).”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이 대목이 중요한 단서를 준다. 함부로 대하지 말고 신중하게 대하라는 뜻이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것처럼, 중요한 제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술을 대한다면 술은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절에 자신이 없다면 우임금처럼 멀리하는 게 정답이 될 것이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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