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1 격주간 제888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조화로운 삶을 위해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스한 솜처럼 부드럽다”
利人之言 煖如綿絮(이인지언 난여면서)
- 《명심보감(明心寶鑑)》 중에서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왕이었던 경공(景公)은 신하 중에 양구거(梁丘據)를 특히 총애했다. “신하들 중에 양구거는 언제나 나와 조화를 잘 이루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대놓고 칭찬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안영(晏)이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임금께서는 조화(調和)가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십니까.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싱거우면 간을 더하고 짜면 물을 더해 맛을 조절하지요.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임금이 좋아하는 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나칠 경우에 생기는 부정적인 면을 일깨워 과하게 나아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임금이 싫어하는 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닌 긍정적인 면을 일깨워 적절히 선택하도록 조절해줘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임금과 신하의 조화로움입니다. 그런데 양구거는 어떠합니까? 임금께서 좋아하는 것을 양구거도 좋아하며 임금께서 싫어하는 것은 양구거도 싫어합니다. 싱거운 음식에 물을 더 넣고 짠 음식에 소금을 더 넣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조화로움이란 같은 것들을 모아놓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을 품에 안는 것을 뜻한다는 안영의 지적이다. 안영은 중국 역사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 중에 가장 훌륭한 정치인으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다. 제나라의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3대를 섬긴 재상으로 안자(晏子)라는 존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지 같아짐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같아짐을 추구할 뿐 조화를 이루지는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예기(禮記)》에서도 조화로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바른 삶을 살아가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본래 지니고 태어난 바른 이치를 따르는 것이다. 음악은 바른 이치를 따라 살아가는 바른 삶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들을 보라.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쇠와 돌, 가느다란 실 그리고 나무가 그 재료다. 세상의 모든 재료가 음악을 만들어낸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바른 이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음악이다. 서로를 간섭하거나 억압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도우며 조화롭고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그것이 바로 바른 삶을 상징해준다. 시(詩)는 음악이 상징하는 것들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음악에 맞춰 시를 읊는 것이 노래이고, 음악과 노래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춤이다. 바른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이것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난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것을 도와주며 조화롭게 함께 한다. 바른 마음이 깊어지면 억지로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며, 그 기운이 왕성해지면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변화하여 세상의 그 무엇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이것이 점점 커지면 세상이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으로 가득하게 된다. 그렇기에 음악과 시(詩)에는 거짓이 없다.”
조화로움에 대해 이토록 간명하게 설명한 글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는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자기 목소리만 내세워 불협화음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 옆 사람의 목소리를 살피며 화음을 넣는 자세, 그것이 바로 올바른 길이 아니겠는가.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스한 솜처럼 부드럽지만, 사람을 해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고 불편하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따스한 말 한 마디는 천금처럼 귀중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가시 돋친 말 한 마디는 칼처럼 아픈 상처를 준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충고에 귀를 기울일 일이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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