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1 격주간 제886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너무 즐거워 근심할 틈이 없다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다”
發憤忘食(발분망식)
- 《논어(論語)》 중에서


《논어(論語)》의 첫머리에 나오는 “열심히 배우고, 배운 것을 몸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은 유가(儒家)의 학문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기에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게 너무 즐거워 그만둘 수 없도록 스스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초(楚)나라 섭현(葉縣)의 심제량(沈諸梁)이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공자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었다. 자로는 자신의 스승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져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이러한 일을 전해들은 공자가 자로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너는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 나는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공부를 할 때에는 끼니를 챙겨 밥을 먹는 것조차 잊고(發憤忘食), 공부하는 게 너무 즐거워 근심할 틈조차 없으며(樂以忘憂) 시간이 가는 것도 잊어 늙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不知老之將至云爾).’”
세상 모든 게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답답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서운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세상 모든 것이 문제인가? 타인이 문제인가? 아니다. 내가 문제다. 내 마음대로 세상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세상의 움직임에 내 마음을 맞춰야 한다.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 그것에 호응해줘야 한다. 그게 바로 공자가 말하는 공부다.
“학문의 뿌리는 실천에 있다. 그러므로 실천하지 않는 것은 학문이 아니다. 그 실천의 기본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자매들이 서로를 위해주고 사랑하며 지내는 것이다. 이것이 온전히 이루어진 후에, 만약 시간과 여건이 허용한다면 그때에 책을 읽고 연구하는 것이다. 결국 책을 읽고 연구하는 것은 학문이라는 커다란 나무에서 곁가지에 불과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어떠한가. 곁가지에만 매달리고 그 뿌리는 소홀하게 여긴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학문이 아니다. 가까이에 있는 부모에 대한 효도와 형제자매들 사이의 관계는 함부로 하면서 멀리 있는 우주의 바른 이치와 올바름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가까이 있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어찌 멀리 있는 것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송나라의 학자 황진(黃震, 1212 ~ 1280)의 말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유가(儒家)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천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 기쁘고 즐거워 그만둘 수 없는 지경에 놓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선배들은 강조한다. 옳은 길이기에 억지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움직임을 읽어 내 몸과 마음을 그것에 맞추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내 몸과 마음을 그것에 맞춰나가는 것이 공부다. 그렇게 조화롭게 나를 다듬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근심걱정도 사라지며 늘 기쁘고 즐거워 시간이 흐르는 것조차 잊어 늙지도 않는다.
세상을 내 마음처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내 마음을 세상의 움직임에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다. 내가 결심하면 바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 세상을 굴복시키려 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진정한 공부다. 그리고 그것에 익숙해지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고 즐거워진다. 공자의 가르침은 이토록 단순하고 명쾌하다.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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