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15 격주간 제885호>
[회원의 소리] 일곱 살 배추 밭에서 시작된 즐거운 농업인의 삶

"나는 어떠한 길을 가야 하는가에 생각나는 건 딱 하나 바로 ‘농업’이었다"

오 창 언 (강원도4-H연합회 기획부장)

유치원에서 또래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아야 될 나이 7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그 무렵 마을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던 배추 밭에서 나의 농업 인생은 시작되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몸뚱이만한 배추를 끌어안고 트럭으로 옮기고 있으면 일하는 할머님들께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시니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
그렇게 집안의 농사일을 꾸준히 도우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덧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나는 어떠한 길을 나아 갈 것인가’라며 나에게 쉼없이 물었다. 그러다 내 머리 속에 생각나는 건 딱 하나 바로 ‘농업’이었다. 농업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내게 가장 익숙한 일이었다. 또 가장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난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수 있는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농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선택했다. 생각보다 재미난 학교생활이 이어졌고 전문농업인의 길을 걷고자 조금 더 배우고 싶은 마음에 ‘한국농수산대학’이라는 농업대학에 진학했다.
거창하게 캠퍼스의 낭만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대학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각종 공모전에 참가해 수상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책과 시름하는 대신 바깥 활동들을 많이 하면서 보다 넓은 세상을 마주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내가 뭔가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내가 얻은 큰 소득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열심히 대학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와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을 뿐 나 혼자서 책임지고 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다양한 실수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농촌에서 외로운 마음이 커져만 갔다.
바로 그 시기에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4-H의 가입을 권유받고 4-H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농업고등학교와 농업계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4-H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4-H활동은 군 단위를 넘어 도 단위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 이젠 인제군4-H연합회 부회장과 강원도4-H연합회 기획부장을 맡고 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재밌고 좋은 단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4-H에 푹 빠지게 되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은 농촌에서, 4-H활동을 통해 전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어서 지금은 상당히 만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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