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1 격주간 제884호>
[이도환의 고전산책] ‘천장부(賤丈夫)’에게 세금을 물린 까닭

“높은 곳에 올라가 좌우를 살펴 이익을 독점하다”
必求龍斷而登之 以左右望而罔市利(필구농단이등지 이좌우망이망시리)
- 《맹자(孟子)》 중에서


맹자는 경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흔히 공자는 인(仁)을 강조하고 맹자는 의(義)를 강조했다고 말하곤 하는데, 의(義)는 양(羊)을 잡아 제사를 지낸 후 칼(戈)로 양고기를 썰어 제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행위를 뜻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얼마나 공평하게 고기를 나눠주느냐가 바로 의(義)의 개념이라는 뜻이다.
제사를 지내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한 사람에게 고기를 많이 줄 것이냐 아니면 가난한 자에게 많이 줄 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질긴 부분이냐 부드러운 부분이냐, 맛이 좋은 부분이냐 그렇지 않은 부분이냐도 따져야 한다. 나와 친한 사람이냐 아니냐, 힘이 센 사람이냐 아니냐도 칼을 잡은 사람은 따져야 한다. 그 복잡한 셈법에서 나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 사회적 질서가 허물어지지 않는 최대공약수를 살피고 또 가장 불만이 적은 경우의 수를 따지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는 방법을 따져야 한다. 그렇게 의(義)를 드러내면 공공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사적인 이익보다 더욱 크고 아름답다. 맹자가 경제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옛날의 시장은 물물교환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자기가 가진 것을 가지고 나가 자기가 필요한 것으로 바꾸는 장소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물건을 교환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을 조정할 뿐 따로 세금을 받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천장부(賤丈夫)’가 나타나 높은 언덕에 올라서(必求龍斷而登之) 좌우를 살펴 이쪽에서 싼 것을 취해 저쪽에 팔고, 저쪽에서 싼 것을 취해 이쪽에 되팔아 시장의 이익을 독점했다(以左右望而罔市利). 그러자 세상 사람들은 그 사람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너무 많이 벌었다고 여겼으며, 이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게 되었다.”
맹자가 한 말이다. 맹자가 이야기하는 ‘천장부(賤丈夫)’란 ‘대장부(大丈夫)’의 상대어 정도가 될 것이다. 익숙한 단어인 ‘농단(壟斷)’도 맹자의 말에서 시작되었다. 요즘 사용하는 ‘농단(壟斷)’의 시작점이 바로 《맹자(孟子)》에 나오는 ‘龍斷’이기 때문이다. 맹자는 이익을 독점하려는 ‘천장부’의 천박한 행위에만 세금을 물려야 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행위에까지 세금을 매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상인들에게 물품의 보관 및 매매의 장소는 제공하되 세금은 걷지 않고, 판매가 잘 되지 않는 것들은 정부가 나서서 수매해주어 그 물건이 필요한 다른 곳으로 옮겨주면 세상의 상인들이 모두 기뻐하여 그 시장에서 장사하기를 원할 것이다. 또 이동하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관문에서는 감시만 하고 통관세를 받지 않으면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여 그 길로 다니려 할 것이다. 또 농사짓는 사람에게 공전(公田)에 대한 의무만 부과하고 별도의 세금을 받지 않으면 세상의 농부들이 모두 기뻐하여 농사짓기를 원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고 그들이 풍족하게 살게 되면 정부가 나서서 교육을 시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나라의 논밭이 공전(公田)이다. 농민들은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논밭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세금을 대신하고 나라는 공전에서 나오는 수확으로 나라의 살림을 살게 되는 것이다.
맹자는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면서도 ‘천장부’처럼 권력을 이용해 정보를 독점하여 이익을 독차지하려 하는 자에게는 무거운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책의 시작은 이익을 논하기에 앞서 의(義)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맹자의 충고를 곱씹어보자. 〈이도환 /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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