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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5 격주간 제879호>
[시 론] ‘18세 선거권 부여’ 국민적 합의 서두르자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 비인간적인 갑질행태, 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청년실업문제 등은 청소년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열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 세 선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행정지원본부장)

우리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파동에 따른 촛불집회, 2014년 세월호 침몰사건 등 사회를 뒤흔드는 정치적 현안들에 청소년들이 예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특히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의 부정과 부패가 여과 없이 노출되자, 그동안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비판했던 청소년들의 정치참여 요구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18세 선거권 부여에 대한 찬반이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반대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되면, 고등학교 3학년생이 선거권을 갖게 됨에 따라 학교교실이 정치화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찬성 측인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과 청소년들은 “민주시민교육의 관점에서 청소년들의 사회적 성장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17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행 선거연령 기준을 만18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청소년 응답자의 65.9%가 찬성, 반대는 18.4%로 나왔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5.7%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2016년 조사에서 선거연령을 현행보다 낮춰야 한다는데 찬성한 비율이 24.7%에 그쳤음을 볼 때 2016년 10월 최순실의 국정농단사건은 청소년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생각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전의 정책 수혜자에서 벗어나 사회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적극적인 참여자로서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 비인간적인 갑질행태, 날로 심해지는 빈부격차와 청년실업문제 등은 청소년들의 정치참여에 대한 열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이념간의 갈등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너무나 엄청난 사회적 고통과 비용을 지불해오고 있다. 따라서 선거연령 문제가 세대간, 이념간의 갈등으로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남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에선 만18세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당일 5세 이상 아동과 중·고교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모의선거를 기존의 투표소와 똑같이 만들어진 모의투표소에서 실시하고, 결과는 방송을 통해 어른들의 개표방송 때 함께 공개된다고 한다.
이 코스타리카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과연 우리는 대의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대해 청소년들에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만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동시에 던지고 있다.
앞으로 선거연령의 하향조정에 관한 이슈가 국민여론의 향배와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리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연령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선거는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아닌 직접민주주의의 대안으로 국민의 이익과 생각을 대변할 심부름꾼을 뽑는 대의민주주의의 최선의 방법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성숙한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는 일을 선행해야 할 것이다.
현행 교육 실태를 보면, 민주시민교육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법과 정치’ 과목을 선택하는 수험생의 비율은 채 10%도 안 되고 이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해마다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입시에서 민주주의 관련 교과목들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선거권 연령 하향조정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19세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한 교육제도와 유교적 사회문화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지난 2016년에 선거연령을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와 사회 환경이 다른 외국의 사례를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우리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제 사회갈등을 부추기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청소년의 정치참여에 대한 공정한 숙의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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